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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사람들

기사 등록 : 2017-11-15 10:22:00

편집국 iksan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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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 이재성 한의원 원장


45세 남자 ‘발끈’님.

1주일이면 두 번씩은 화내는 것 같다.

습관적이다. 큰일에 화내는 게 아니다.

밥 먹다가 반찬 가지고도 크게 화를 낸다.


화나면 얼굴이 굳는다.

붉어진다. 주먹을 꽉 쥔다. 부르르 떤다.

머리가 하얘져 아무 생각이 없다.

아내에게 욕을 한다. 식탁의 밥그릇을 좌르르 밀어버린다.

한 번 시작하면 20분은 간다.


원래는 회사에서도 그랬다. 언젠가부터 회사에서는 안 그런다.

회사 밖에서 그런다. 운전 중 끼어든 차는 기어이 잡아 싸움까지 간다.
화를 안 내는 평소에도 화난 사람처럼 보인다. 회사 사람들이 피한다.

가족들도 그냥 같이 사는 것뿐, 마음을 닫고 산다.

사람 관계가 틀어지니 ‘발끈’님도 힘들다.


‘발끈’님이 힘든 건, 사람 관계만이 아니다.

몸도 힘들다. 화내고 나면 후회한다. 온 몸이 아프다.

머리가 맑지 않고, 옆구리가 결린다. 가슴에 열기가 느껴진다.

가슴에 화닥거리는 열기가 있으니 안정이 안 된다. 그날 일을 잘 하지 못한다. 

자주 화낸 지 1년 넘더니 심한 피로가 왔다.

화내면 더 피곤했지만 화 안 낸 날도 피곤했다.

밥맛이 떨어졌다. 실제로 밥 먹는 양이 줄었다. 그리고 고혈압이 생겼다.


분노 장애다. 보통 사람들 볼 때는 화낼 일 아닌 데도 막 화내는 병이다.

반찬이 마음에 안 든다고 식탁을 좌르르 밀어낸 날.

이유는 상추쌈에 쌈장만 놓았다는 거였다.

‘발끈’님은 강된장을 꼭 같이 올리라 했다.


모든 사람은 화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싫다는 표현을 말로 해서 안 될 때 화내서 보여주는 거다.

그래서 누구나 몸속에 약간의 화를 가지고 있다.

근데 말로 해도 될 일까지 화내는 게 비정상이다.

원래 화는 그렇게 쉽게 내지 말라고 혼(魂)이 통제를 하고 있다.

혼(魂)의 통제를 너무 쉽게 벗어나는 병에 걸린 거다.


쉽게 화내는 걸 보고 자라서 그런다.

초등학교 때 화내는 장면에 익숙해지면 중학교 쯤 따라 한다.

화내는 거 보고 자랐다고 다 그러지 않는다.

학교 다니는 게 힘들 때 화를 낸다.

공부 때문에 지쳐 있을 때 같은 반 아이가 조금만 건드려도 화낸다.


‘발끈’님의 아들, ‘울컥’군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와서 학기마다 서너 번씩 화냈다.

청소 시간 후에 가방이 제자리에 없다고 청소한 아이를 때렸다.

체육복 갈아입는 데 지나가던 아이가 엉덩이 부딪쳤다고 책상을 두 조각 냈다.

하지만 ‘울컥’ 군은 평소까지 화내지는 않는다.

아직은 충동이 조절 안 될 때만 그런다.


한의학 병명은 노울(怒鬱)이다.

노는 분노. 즉 화낸다는 말이다. 울(鬱)은 막혔다.

몸의 기능 흐름이 막혔다는 말이다.

화내는 사람이 온 몸 아파진 걸 말한다.


치료는 단계별로 한다.

화낸 뒤 온 몸 아프면 해간전, 가슴에 열기 남으면 화간전이란 처방을 한다.

오랫동안 화내서 피곤하고 밥맛없으면 귀비탕을 처방한다.

이런 증상 없을 때는 화내지 말라는 근본 치료제, 향부자와 감초를 준다.

근본 치료제 향부자와 감초가 중요하다.

향부자는 스트레스 푸는 약이다.

감초는 예민함을 둔하게 바꿔주는 약이다.


스트레스를 풀고, 예민한 몸과 맘을 둔하게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6개월 만에 바뀐 사람도 흔하다. 평소에 소통하면 된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평가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대개 화많은 사람들은 대화를 평가하고 오해한다.

스스로 한 말도 평가하지 말고, 상대방이 한 말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요구를 분명히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게 분명하진 않지만 대충 이 정도 원하니까, 니가 알아서 나한테 맞춰 봐’라고 하면 결국 꼬인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생각해서 정확히 요구하면 소통이 잘 된다.
화났을 때 그 자리 피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타임아웃이라 한다.

일단 자리 피하고 숨 천천히 쉬기 5분이면 화가 가라앉는다.

그때 다시 차분하게 얘기하면 된다.


소리 지르면 다 분노장애일까? 아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와서 어질러진 집안 보면서 화내는 엄마는 그냥 힘들어서 그런다.

머리가 하얘지지 않는다.

그리고 어질러 놓은 아빠와 딸이 잘못을 인정한다.

숨죽이고 슬그머니 청소들 한다.


화내고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인격 문제다.

다른 사람을 무시해서 화낸 것이다. 분노장애는 그런 게 아니다.

내 몸과 맘이 지치고 예민해져 화낸 것이다.

화내는 일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다. 그래서 꼭 후회한다.


그런데 분노장애를 가진 사람은 병이라고 인정을 안 한다.

그냥 욱하는 성격 좀 있다고만 생각한다.

병이라고 인정 안 해도 치료하는 데 문제는 없다.

사는 데 불편하니까 화내지 말자고 하면 받아들인다.
화내서 혈압 올라간 거 치료하자 하고 향부자와 감초 달여주면 된다.

몸 아프니까 한약, 피곤하니까 한약 드시자고 하면 된다.

화내신 분도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풀어지도록 도우면 정말로 기적처럼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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