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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시리즈] 1. 불안이 만든 공황
  • 편집국
  • 등록 2018-01-10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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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 이재성 한의원 원장


72년생 여자 ‘야무진’ 님.

두 아이 중학교 가니 학원비가 필수로 붙는다.

남편이 병원 일한다. 두 아이 학원비가 모자란다.

남편 직장을 접었다. 삼겹살집을 냈다.

요리야 10년 주부 경력이면 충분.

사람 모으기는 남편의 오지랖을 믿었다.


몇 개월 잘 됐다.

그러고는 프랜차이즈가 옆에 들어왔다.

폭망.. 빚 갚기가 그대로 멈췄다.

원금을 갚아나가지 못했다.

멘붕. 잠자리 누우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침에 힘내보자 나온다.

하지만 하루 시달리고 나면 다시 가슴은 두근거렸다.

잠을 설쳤다. 아무리 해도 프랜차이즈를 못 이길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학원이 맘에 안 든다고 옮겨 달라 했다.

시아버님은 병원에서 건강 이상 진단을 받았다.


어느 날 저녁. 그날도 가슴이 뛰었다.

근데 강도가 달랐다.

뜨거운 기운이 아랫배에서 꿈틀거렸다.

그러더니 얼굴로 확 달아올랐다.

숨이 가쁘기 시작했다.

죽을 것 같은 느낌. 10분쯤 버텼을까.

옆에 보던 남편이 차에 태워 응급실로 달렸다.

10분 쯤 걸려 도착한 응급실.


심장 검사를 했다. 진단은 이상 없음.

다행이다, 이대로 죽을 나이는 아니다..

3개월 지나 똑같이 죽는 느낌이 났다.

어찌하리요. 또 응급실. 또 정상.

그리고 한의원을 찾았다.


공황장애다. 한의학에서는 ‘우사 분돈’이라 한다.

우사(懮思)는 근심 걱정.

분돈(奔豚)은 얼굴 달아오르면서 숨찬 증상을 말한다.

저녁에 가슴 두근거렸던 게 불안증이었다.

불안증이 발전해서 공황장애 된 거다. 

공황장애는 가장 심한 불안증이다.

치료는 6주다. 불안증까지 치료한다.

6주 치료 집중한 다음, 1년 정도 재발하지 않게 띄엄띄엄 치료하면 된다.


치료는 잘 된다. 불안증 치료하면 된다.

불안 치료 한약은 흔히 화병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이 화병 전문이라 한 건, 불안도 잘 치료하기 때문이다.

침도 잘 듣는다.

밤새 불안에 떨다가 아침 일찍 침 맞고 신경 안정되었던 분들 많다.

매일 아침 한의원으로 출근했었다.


물 대신 마실 한약에 산조인이 있다.

불안을 가라앉힌다. 잠자게 해준다.

지압은 신문이라는 혈 자리를 눌러준다.

손목 안쪽에 새끼손가락 쪽에 있다.

톡 튀어나온 뼈 옆이다. 

죽을 것 같은 상황일 때 두 가지를 하면 된다.

시원하게 하기. 그리고 숨 천천히 쉬기다.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쉰다.


도대체 언제부터 공황장애가 유행어 되었을까?

IMF 이후다. IMF로 대량 해고를 당했다.

그리고 뽑지 않았다. 조금 뽑으니 명문대만 취직된다.

명문대 보내려니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보낸다.

니가 보내니 나도 보낸다. 불안이 전염된다.


72년생 ‘야무진’님은 불안 속에 살아야만 하는가.

좀 더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사실은 단군 이래 밥걱정 없이 살아본 세대가 72년생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58년 개띠부터 통일벼 먹었다.

통일벼가 보릿고개를 없앴다.
그렇게 자란 72년생 ‘야무진’님.

늘 듣던 말이 ‘하면 된다’였다. 정말로 하면 됐다.

포크레인 운전만 해도 10년이면 30평 아파트 샀다.

그러니까 단군 이래 유일하게 밥걱정 안 해본 세대인 거다.


서른 가까이 되어서야 처음 들어본 밥걱정.

당최 적응이 안 된다.

애 둘씩이나 학원 보내야 하는 고비용..

이 고지서 또한 처음 받아 본 세대다.
매출 목표를 낮춰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시간 지나면 입맛 맞는 손님으로 꾸준히 이어지게 되어 있다.

급한 마음 먹으면 더 불안해진다.

불안이 쌓이면 다시 공황장애다.


급한 마음 피할 수 없는 직업도 있다.

리얼 예능이다. 대본이 없다.

동물적 감각으로 대사를 치고 들어간다.

보는 사람은 배꼽 잡는다.

하지만 예능인은 전날부터 잠을 설친다.

불안의 연속이다.

방청객이 자기를 찌를 것 같은 공포감까지 느낀다.

치료법은 마찬가지다.

그 프로그램만 하차하면 된다.


원인 없애면 낫는다.

그러면 시험 전날 불안도 병인가.

시험 보고 없어지면 병 아니다.

시험 전날 적당한 불안은 있는 게 좋다.

불안이 아예 없으면 시험 전날 피시방 간다.

너무 불안하면 아는 것도 틀린다.
이 모든 것들의 답은 경험이다.

잘해 낸 경험이 불안을 없애준다.

음식점 성공 경험이 불황에 가슴 두근거림을 막아준다.

죽을 거 같던 공황에 찬바람 쐬고 숨 천천히 쉬어 이겨낸 사람은 공황 재발 때 잘 넘긴다.

수능 시험 여러 번 본 삼수생은 수능 날 체육복에 슬리퍼, 떡 진 머리로 시험 본다.

실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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