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부신 피로 시리즈] 2. 두 번째 갱년기가 오다
  • 편집국
  • 등록 2018-10-31 10:00:00

기사수정

 

이재성 / 이재성 한의원 원장

 

60세 ‘할머’님에게 손주가 생겼다. 그래서 할머니라고 불렸다. 하지만 몸은 청춘이라 생각했다. ‘할머’님만 그런 게 아니라 남들도 그랬다. 60세는 아직 젊어 저 세상에서 데리러 오지도 않는다고..


근데 할머니들 걸리는 병이 걸렸다. 열이 확 올랐다 내렸다 했다. 더위도 추위도 싫어졌다. 감기가 자주 걸렸다. 그리고 감기 걸릴 때마다 된통 고생했다. 부부 관계는 생각도 없어졌다.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니 답이 있었다. ‘두 번째 갱년기’라고 친구들은 알고 있었다. 백하수오를 사먹으면 된다 했다. 실제로 백하수오를 먹고 거의 나았다.


한의학 진단은 ‘신음양허’다. 신장의 기능이 노화된 병이다. 신장은 우리 몸의 보일러 기능을 한다. 냉난방 겸용이다. 추운 날에는 따뜻하게 해준다. 너무 더운 날에는 자동으로 에어컨이 돌아간다.


추울 때 따뜻하게 하는 기능은 신장의 양(陽)이 한다. 양 기능이 떨어지면 추위를 탄다. 60세 되면 내복 입기 시작하는 게 신장의 양 기능이 노화되기 때문이다.


더울 때 시원하게 하는 기능은 신장의 음(陰)이 한다. 음 기능이 떨어지면 더위가 싫어진다. 예전에는 에어컨 없이 여름 잘 지내던 사람이 에어컨을 품고 살게 변한다. 폭염주의보 내릴 때 어르신들 쉼터로 모시는 이유다. 열사병에 잘 걸린다.


우리 몸의 보일러는 추위 더위만 견디게 해주는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몸 안의 열을 밖으로 못 나가게도 한다. 그 열을 에너지로 쓴다. 근데 보일러가 고장나면 열이 막 떠돈다. 얼굴로 확 달아오른다. 오랫동안 그러지는 않는다. 고장난 보일러라 훅 올랐다 바로 내린다.


50세 갱년기에도 열이 오른다. 그 열에 비하면 아주 약하게 난다. 하지만 짜증나게 하는 정도는 같다. 열만 나는 게 아니라 온 몸이 묵직해지면서 열이 나기 때문이다. 50세 갱년기에는 백하수오로 안 된다. 지모 황백 같은 차가운 약이 들어가야 한다. 50세 갱년기 열은 강한 열이다.


보일러 기능이 떨어져 체온이 내려가면 면역력도 떨어진다. 체온 1도 떨어지면 면역력 30% 떨어진다고 한다. 독감이 무서운 병 된다. 독감 걸려 사망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겨 내지 못한다.


두드러기도 생긴다. 60세 쯤에 처음 생긴 두드러기는 면역력이 떨어진 때문이다. 젊고 튼튼할 때는 몸의 청소 기능이 살아 있었다. 어지간한 쓰레기는 준비된 청소 기능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근데 면역력이 떨어지니 온 몸의 청소 기능이 다 움직인다. 청소부들 쏟아내느라고 혈관들이 커지는 거다.


의학에서는 ‘부신’ 기능이 떨어져서 그런다고 한다. 부신에서 호르몬이 잘 안 나와서 그런다고. 열이 확 오르고 성기능 떨어진 건 DHEA 호르몬이 떨어져 그런다. 면역 기능 떨어진 건 코티솔 호르몬이 안 나와서 그런다. 삭신이 물먹은 솜뭉치처럼 묵직한 건 알도스테론 호르몬이 부족해져 그런다.


그러면서 의학계에서도 한약을 권한다. 백하수오를 권한다. 여성 호르몬은 절대 ! 쓰지 말라고 한다. 65세 넘어 여성 호르몬 치료하면 암 생길 수 있다고 분명히 경고한다. 두 번째 갱년기는 이미 의학계와 한의계가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백하수오 3개월 먹어 봐서 치료 안 되면 종합 처방을 쓴다. 면역력 강화와 피로 물질 제거를 기본으로 한다. 숙지황, 산약, 산수유가 들어간다. 여기다가 증상에 따라 한약을 첨가한다.

 

따뜻한 기운이 부족하면 육계, 부자를 더한다. 차가운 기운이 부족해서 열이 확확 오르면 맥문동을 더한다. 삭신이 쑤시면 녹각을 더 넣는다.


예방은 경옥고다. 경옥고에 숙지황이 있다. 피로 물질 제거 기능을 한다. 피로 물질이 많이 쌓이면 부신이 청소를 해야 한다. 부신이 그 뒤치다꺼리 계속 하다보면 결국 고장 난다. 일만 많이 하는 분들이 60세에 갑자기 큰 환자로 변하는 이유다.


경옥고가 동의보감에서도 노화 방지약에 나온다. 양생이라 한다.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생명을 더 잘 길러준다는 말이다. 노화 방지약은 당연히 오래 먹어도 된다. 체질도 별로 안 가린다.


숙지황은 설사 날 수 있는 약이다. 그래서 여기다가 인삼, 꿀을 같이 넣는다. 충분히 편안한 약이 된다. 열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 아니면 체질 안 가린다.


치료도 예방도 한약이라 했다. 60세 넘으면 한약을 달고 살라는 말인가? 사실은 그렇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생긴 일이다. 80세 넘게 산다. 하지만 갱년기는 예전처럼 50세에 첫 번째 60세에 두 번째 온다. 갱년기는 곧 노화다. 급격한 노화다.


고맙게도 한약은 갱년기 노화를 잘 치료해왔다. 그래서 한약 먹을 시간이 길어진 거다. 다시 말하면 보약이다. 부작용이 거의 없다. 노인에게 약 부작용은 무섭게 온다. 부작용 없는 약이 많이 있다는 것도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