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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 김주원 종법사 기자회견] "스승 믿지 않고, 진리 믿는다는 것은 어불성설"
  • 편집국
  • 등록 2018-10-31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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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사식 앞두고 중앙 일간지 기자들과 인터뷰


원불교 제14대 경산 장응철 종법사가 퇴임하고 제15대 전산 김주원 종법사가 취임하는 대사식(戴謝式)이 다음달 4일 10시30분 원불교 중앙총부 반백년 기념관에서 개최된다.


대사식은 전임 종법사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예를 표하고, 새롭게 맞이한 종법사를 축하하며 새로운 주법을 중심으로 전교단의 구성원들이 화합 단결하여 함께 일원대도를 신앙하고 수행해가자는데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이 원불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취임을 앞둔 전산 종법사는 지난 18일 중앙 일간지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부 내용으로 원불교 신문에 게재된 내용이다.

 

전산종법사는 인터뷰 내내 `스승`, `신심`, `서원`, `신성`을 핵심키워드로 자주 언급했다. 종교가에서 진리와 스승, 법과 회상이 나와 하나라는 사대불이 신심은 생명과도 같아서 교단 전반적인 공기를 `교법으로의 환지본처(還地本處)`를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기자들이 가슴에 새긴 법문 구절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전산종법사는 "〈대종경〉 신성품 1장의 말씀이다. 스승이 제자를 만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신성`으로 신성은 법을 담고, 공을 이루는 그릇이기 때문이다"며 "신심(신성)이 없으면 법도 공도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종교가에서는 대단히 중요하게 본다.

 

진리 당처에 대한 믿음이 먼저냐, 스승에 대한 신이 먼저냐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승이 없는데, 어떻게 법이 나오고, 회상이 나올 수 있나. 스승을 믿지 않고, 스승이 낸 그 진리를 믿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결국 스승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곧 진리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격신앙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산종법사는 "교법은 한마디로 `무아봉공`이다. 세상과 공익을 위해 나를 바쳐야 하는데, 나를 없앤 그 자리에 교법이 들어가야 완전한 무아봉공이 된다"며 "우리는 세상을 향해 물질개벽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물질을 선용하기 위해 정신개벽을 해야 한다고 교화해왔다. 교법은 생활을 떠나지 않고, 생활 속에서 그 마음을 잘 쓰라고 가르친다. 세상에 유익 주는 삶, 나의 활동이 세상에 유익되는 삶을 살라고 가르쳐 왔다"고 피력했다.


전산종법사는 "교화가 침체다, 발전했다는 것은 사실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며 "다만 소태산 대종사가 원불교를 창교한 본의가 바로 구현됐는가가 중요하다. 당신이 교법으로 〈정전〉과 〈대종경〉을 남겨주셨는데, 우리 제자들은 스승님의 법을 믿고 창립정신(사무여한)으로 실천했는가 이게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사무여한은 구인선진들의 전무출신 정신으로, 이웃 마을 주민들의 온갖 비난과 조소를 들으며 생명을 바쳐 언을 막았던 정신이다"며 "대종사께서 창생을 위해 죽으라고 했을 때 기꺼이 목숨을 내놓았던 그 마음이다. 우리가 스승님을 믿고 원칙대로 실행해 보고, 만약 안되면 그때 가서 대종사께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소통 부재에 대한 처방전도 내놓았다. 전산종법사는 "대산종사의 신조 중에 `남을 나로 알고 산다`는 말씀이 있는데, 소통에 관한 것이다"며 "사람을 만날 때 나라는 상이 있으면, 소통은 어렵다. 남을 나로 알고 살면, 마음의 벽이 없어지고, 마음이 넓어져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저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적폐청산이 진행되고 있는데, 원불교에서는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전산종법사는 "교단과 사회의 잣대는 분명 다르지만 다만 불의를 쳐내고, 정의를 세우는 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불의마저도 껴안아서 가는 정의라야 오래갈 수 있다"며 "법위등급 중 법마상전급은 정의와 불의가 서로 싸우는 형국이고, 법강항마위는 정의가 승리한 위라고 할 수 있다. 정의와 불의의 한계를 벗어나 정의를 실현하는 단계인 출가위에 올라야 온전한 정의가 실현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무저항 비폭력을 실천했던 간디 같은 사람이 출가위의 심법이라는 언급이다.


남북통일에 대한 전망과 원불교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전산종법사는 "내가 출가했던 50년 전에 `자고 나면 통일이 된다`는 스승님의 말씀을 많이 들었다"며 "남북이 서로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평화통일도 가까워진다"고 전했다.

 

이어 "가을이 언제 오나 싶지만, 한 순간 더위가 꺾이지 않더냐, 세상의 기운도 계절 바뀌는 것처럼 변화되는 것이다. 대산종사께서는 `대참회· 대해원·대사면`으로 통일 지향점을 말씀해 주셨다"며 "어두웠던 시절 남북 모두가 지었던 업을 인정하는 대참회를 시작해야 한다. 원망했던 마음을 내가 먼저 풀어주는 대해원을 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과거의 잘못을 서로 용서하는 미래지향적인 대사면을 행할 때 통일은 빨리 오는 것이다"고 전망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자유롭게 1시간 20분가량 이뤄졌다.

 

- 종법사 취임을 앞두고 소감 한 말씀 부탁한다.


"처음 출가할 때 모든 것이 부족해서, 늘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정진했다. 평생 나의 부족함을 알기에 이 자리가 내 자리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이 서툴러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해 다녔다. 출가해 그나마 180도 성격이 바뀌었지만 내성적인 천성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 원불교는 한국에서 남녀평등을 선도적으로 해 왔다고 자부한다. 동시에 여성교무의 결혼문제나 정복, 머리 스타일 등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종사께서 결혼을 금하라는 말씀은 어디에도 하지 않으셨다. 정산종사나 대산종사도 마찬가지다. 대산종사는 3번의 결단할 시기가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다만 교단적인 여건이 성숙되지 못해서 실행하지 못했을 뿐이다. 창립기(원기100년) 교단의 여건 상 평등법을 실행할 수 없었다. 대산종사 말씀에 100년 이후에는 열어야 한다고 했다. 시대와 여건이 절대적 희생보다는 시대에 맞는 방향으로 터야 한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 교단도 달라져야 한다."

 

- 앞으로 100년은 어떻게 준비하고,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나.


"우리 회상은 5만년 대운의 회상이라고 하셨다. 법 자체가 훨씬 미래를 보고 짜놓으셨기에 현실적으로 맞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대종사의 법은 더 맞아갈 것이다. 처처불상 사사불공, 무시선 무처선을 주창했는데 과연 우리는 얼마나 실현하고 있나. 모든 것을 부처로 보고, 부처가 되는 세상을 만들었는가. 대종사는 선방이 따로 없다고 했다. 사무실이 선방이고, 일터다. 공부와 일의 부조화 없이 이대로 실천한 교도는 몇 퍼센트나 되나. 이것을 점진적으로 더 세밀히 해나가야 할 때다."

 

- 일 자체가 수도고, 수행이지만 일을 하다보면 그곳에 파묻히기 쉽다.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의 삼학공부는 이 삼학의 힘을 고루 쌓아야 힘이 생긴다. 수양, 연구는 일이 없을 때 양성하고, 취사는 일이 있을 때 하는 공부다. 일이 있을 때나 없을 때 삼학병진의 적공을 밀도 있게 쌓아야 힘이 생기는 것이다."

 

- 3포 세대, 5포 세대, 7포 세대라는 이 시대 젊은 청년들의 삶이 고달프다.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준다면.


"청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럼에도 `절처봉생(絶處逢生)`의 말처럼, 희망은 불현 듯 찾아온다. `끊어지는 곳에서 생을 만난다`는 의미로 내 처지를 한탄하기 보다는 수용하면서 바른 방법으로 노력하면 반드시 길이 열린다는 말이다. 정당한 일을 죽은 폭 잡고 나를 던지면 살 길이 열린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 실업으로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에게 원불교 전무출신의 문호를 활짝 열어 놓았으니, 많이 지원해 취업문제와 인생의 보람을 성취하기를 바란다."

 

- 일반 국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개인도 좋아지고, 세상도 훈훈해지는 법문이 있다.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 아주 쉽고 간결하지만 실천하기 참 어렵다. 나부터 실천하면,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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