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걷다 보니 백제가 보이더라~
  • 고훈
  • 등록 2014-04-01 16:39:00

기사수정
  • 매달 넷째 주 토요일 열리는 ‘무왕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

 

 ▲    ⓒ익산투데이
▲ 무왕길 여행 참가자,논길 걷고 있는 모습   ⓒ익산투데이

 

‘문화유산’이나 ‘역사’를 떠올리면 막연한 생각부터 든다. 책에서 배워 머리로 알아도 ‘가슴’으로 품어볼 기회가 흔치 않은 탓이다. 그런 점에서 익산 왕궁리유적전시관과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는 ‘무왕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자체로 생생한 역사 길잡이가 돼 준다.


익산지역 백제 무왕시대 9개 유적을 걸어서 답사하는데 문화유산에 담긴 역사적 의미는 물론 설화 등을 곁들여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옛 왕궁터에서 발이 멈칫하고, 흙과 돌로 쌓아올린 성터에서는 탄성이 절로 터진다. 두런두런 학예사의 이야기 따라 반나절을 걸으니 온 몸 가득 백제향이 스민다.

 

 

 ▲    ⓒ익산투데이
▲ 참가자 단체사진   ⓒ익산투데이

 

# ‘서동생가부터 쌍릉까지’ 무왕을 품은 역사여행
과거 백제 왕도였던 익산 곳곳에는 세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백제 유적과 유물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2010년 문화재청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유산 여행길에 선정돼 시작된 ‘무왕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지난해까지 총 42회를 실시, 무려 1,500여명이 참여했다.


여행은 혹서기(7, 8월)를 제외하고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금마와 왕궁에 위치한 전시관, 폐사지, 탑과 능 등 9개 유적을 6개 코스로 나눠 걷게 된다. 특히 무왕(서동)의 출생과 익산천도, 백제왕 즉위, 죽음의 이르기까지 생의 전 과정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서동생가터(마룡지)는 ‘삼국유사’ 무왕조의 기록과 같이 ‘서동 어머니가 연못가에 집을 짓고 살다가 연못 속의 용과 정을 통하여 서동을 낳았다’고 하는 서동 탄생지가 인접한 곳이고, 마룡지에서 서북쪽으로 300여m 거리에 위치한 용샘은 서동이 어려서 사용하던 샘으로 전하고 있으나 현재는 원래 모습에서 크게 변형돼 개량된 형태의 우물통만 남아있다.


익산토성(오금산성) 오금산에 자리하고 있어 오금산성이라고도 부른다. 오금산은 서동이 마를 캐어 살아가던 생활터전이었으며, 선화공주와 혼인 한 후에는 마를 캐던 곳에서 금덩이를 얻은 후 인심을 얻어 백제 제 30대 왕위에 올랐다고 전해진다. 익산지역에서 가장 큰 미륵산성은 미륵산 정상부와 동측 계곡을 둘러싸는 복합식 산성으로 그 둘레가 1,822m나 된다.


현재 복원작업 중인 국보11호 미륵사지석탑의 해체 과정에서는 2009년 금제사리호와 사리봉안기가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특히, 백제 왕후를 사탁적덕의 딸로 기록해 ‘서동요’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선화공주의 존재에 의구심이 커지기도 했다. 허나 세 개 탑이 존재했던 미륵사지의 특수성을 고려해 보면 선화공주 비밀은 가운데 탑에 묻혀있지 않을까 추정해볼 수 있다.


미륵산 자락에 자리한 사자암은 ‘삼국유사’ 무왕조에 나오는 사자사의 법통을 이어온 천년고찰로 백제 최대 사찰인 미륵사를 건립하게 되는 계기가 된 곳, 이곳의 지명법사는 서동이 백제 무왕에 오르는데 적극적인 후원자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익산쌍릉(무왕릉과 왕비릉)은 익산시 석왕동에 200여m 거리를 두고 동서로 자리하고 있어서 흔히 쌍릉으로 부른다. 백제 말 익산지역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금송 목관을 사용하고 금동제품과 옥제품 등을 부장하고 백제왕궁터에서 사용된 토기와 같은 토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사람이 무왕밖에 없던 까닭에 쌍릉에 묻힌 사람을 확인할 기록이 나오지 않았지만 무왕과 왕비 능이 거의 확실한 상태이다.


백제 말기에 건립된 왕궁리유적은 일정기간 사용하다 왕궁의 중요 건물을 헐어내고 탑과 금당, 강당 등 사찰유적이 들어서게 된다. 왕궁에서 사찰로 변화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무왕과 왕비가 돌아가신 후 비어있던 왕궁을 사찰로 개조하여 돌아가신 무왕과 왕비의 명복을 빌기 위한 원찰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두 발로 만나는 생생한 자연, 봄
‘무왕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산과 마을, 논두렁과 천변 등 8km를 4시간에 걸쳐 걷는다. 중간 중간 쉬어 가다보니 아이들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인위적으로 만든 길이 아니라 매끈한 맛은 없지만 손 타지 않은 자연스러움, 투박한 감동이 있다. 2월에는 미륵사지에서 동편마을을 지나 오금산, 용샘, 서동생가터를 지나 왕궁까지 걸었고, 3월에는 미륵사지를 둘러보고 미륵산을 등반한 뒤 산성에 오르기도 했다.


유적지와 유적지 사이 익산의 속살을 맛보는 즐거움은 꽤 쏠쏠하다. 구룡마을 대나무숲이나 탑천길, 오금산 등 혼자 좀처럼 가보지 못한 여행지를 학예사의 안내를 받아 걸으며 전에 보지 못한 풍경을 담아볼 수 있다. 파릇파릇 돋아난 싹과 색색의 꽃망울, 농사 준비에 한창인 들녘은 마음 가득 호젓함을 선물한다. 졸졸 흐르는 개울물에 발맞춰 걷고, 대나무, 소나무 숲에서 심호흡하다 보면 4시간이 훌쩍 지난다.

 

# 소박한 아날로그 여행
무왕길 여행은 매달 시민 30여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해 진행한다. 나홀로 참여족도 있지만 대부분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다. 모처럼 울타리를 벗어난 가족구성원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고 처음 만난 여행객들과도 친숙해지는 계기가 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속도를 맞추거나 험한 산길을 함께 오르며 배려와 인정의 미덕도 배운다.


여행 참가비는 물과 보험료를 포함해 3천원으로 꽤 소박하다. 주최 측에서는 과일과 과자 등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제공해주고 출발지와 종점이 다른 경우 소집 장소까지 참여자들을 데려다준다. 무왕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고도보존육성사업과 세계문화유산 등재추진이 진행되고 있는 이즘, 익산의 과거와 오늘을 더듬어 보는 것은 특별한 시간여행이 될 듯 싶다.

 

<무왕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 개요>

여행일: 매월 4째주 토요일
대상: 학생 및 일반인
이동거리: 8km
소요시간: 4시간(9시~13시)
신청: 매월 10일~19일(10일간) 왕궁리유적전시관 홈페이지 (http://wg.iksan.go.kr) 교육/학술 (859-4632)
인원: 30명 (30명 접수되면 자동마감)
5월 코스: 왕궁리유적-서동생가터-용샘-익산토성-미륵사지
6월 코스: 익산쌍릉-익산토성-미륵사지-구룡마을 대나무숲
9월 코스: 미륵사지-사자사-미륵산정상-남성벽-성내건물지-동문지
10월 코스: 익산쌍릉-서동생가터-제석사지-왕궁리유적
11월 코스: 왕궁리유적-서동생가터-용샘-익산토성-미륵사지
(일정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