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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동 문화예술의 거리, 알록달록 ‘문화’를 입다
  • 김달
  • 등록 2014-10-21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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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거리라고 하면 전 세계 문화를 이끈다는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비틀즈가 걷고 있는 사진으로 유명세를 떨친 영국 런던의 애비로드, 고급상점으로 둘러싸인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거리는 예술과 사람, 맛있는 음식 각 도시의 문화의 집결지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익산의 유명한 거리라고 하면 ‘중앙동 문화예술의 거리’가 아닐까 싶다. 익산문화재단, 주민, 예술인들의 노력으로 새롭게 탄생한 중앙동. 일상과 예술을 버무린 오묘한 조화라고 해야 할까. 미용실 옆에는 공방이 있고, 공방 옆에는 슈퍼마켓과 갤러리가 스스럼 없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상점 곳곳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오고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는 중앙동.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중앙동으로 지금 떠나보자.

 

 

◈중앙동 ‘예술인들의 아틀리에’로 재탄생
한때 유행을 선도하며 젊은이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던 중앙동은 서울의 명동이라 불리우며 ‘낮에는 10만, 밤에는 6만’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화가였다. 문화와 상업, 금융을 아우르며 익산의 중심지로서 특히 7080세대들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중앙동은 1990년대 신도심 개발로 인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고, 사람들의 발길조차 서서히 영등동으로 옮겨가며 ‘구도심’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게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나 싶었던 익산문화재단(이하 재단)의 익산문화예술의거리 조성 사업으로 인해 꿈틀꿈틀 기지개를 피고 있다. 익옥수리조합에 둥지를 튼 재단은 삼년 전부터 중앙동을 특화길로 만들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먼저 시민들과 방문자들에게 이미지 재고 개선을 위해 일방통행전환, 배전선로 지중화, 가로등 조형물을 설치했다. 특히 익산역 앞 중앙로 K2부터 국빈반점까지 총 310km 구간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지정하여 소규모 공연장, 아트카페, 전통찻집, 화실, 공방, 갤러리 등 예술인들의 공간을 지원했다. 이로 인해 중앙동은 기존의 주민들과 새로운 임대사업 지원자들이 한데 어울리며 중앙동은 ‘아트로드’로 변신했다. 

 

예술인들이 중앙동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재단의 문화예술인들과 문화예술관련 육성업종에 대하여 일정기간 이상 문화예술의 거리에 입주 및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통해 현재 7곳의 점포가 문을 열고 있으며 오는 24일 2차 지원 사업자 및 단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사업 초창기와 달리 입소문을 타고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예술가들이 지원을 하며 예술의 거리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이자 시민들의 전시·체험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재단은 단순히 임대 지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존 주민들과의 소통매개체 역할을 하며 아트마켓과 같은 문화 행사를 공동 개최하며 시민들의 관심과 발길을 유도 하고 있다.

 

재단의 김진아 팀장은 “항의를 받고 싶은 게 희망사항이에요.(웃음) 조용하기 그지없던 중앙동 거리 일대가 어쩌면 이렇게 활기 넘치고 시끄러워졌는지 예술가들이나 다른 지역 관계자, 시민들에게 시달리고 싶어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해도 우왕좌왕했죠. 처음이다 보니 체계화는커녕 직원들조차 조직화되있지 않았어요. 일년을 고군분투하며 이것저것 시도를 하다보니 이제야 자리가 잡히고 있어요. 무엇보다 주민들께서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저희의 계획은 수십가지입니다. 재단뿐만 아니라 중앙동에 있는 예술인과 주민들 하나같이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있어요. 편견을 버리고 한 번쯤 들러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치는데 볼 사람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응원해주세요.”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예술의 거리는 올해 하반기에도 임대작가들, 주민들과 함께 ‘시끌벅적 골목길’과 일반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길거리 공연이 개최될 예정이다.

한 번 도태되었던 아픔을 알아서인지 중앙동은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사업을 통해 새 옷을 입고 테마를 꾸리고, 골목 마다 이야깃거리를 찾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예로부터 예술인들은 고픈 직업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들에게 필요한 건 시민들의 격려와 관심일 것이다. 가을 나들이 겸 중앙동으로 문화 기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익산투데이
▲보이드 팩토리    ⓒ익산투데이

 

 

 

 

◈[중앙동 탐방1]커피 문화공방 ‘보이드 팩토리’
중앙동 가로등 조형물 12점 중 우산을 쓰고 있는 여자 조각상 <사랑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 뒤로 돌면 향긋한 원두냄새로 발길을 끄는 카페 보이드 팩토리를 볼 수 있다.

 

 

카페라고 했지만 예술가들의 소통 공간이자 커피의 매력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문화공방이다. 보이드 팩토리는 2013년 거리 활성화 임대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그 해 11월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한식, 일식 요리사였어요. 꿈은 파티플래너나 푸드스타일리스였고. 원래부터 음식이나 문화 공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2007년쯤 우연한 기회에 커피를 알게 됐어요. 악마의 유혹이라고 아시죠? 그 광고 문구처럼 유혹에 빠졌어요. 한 번 빠지니까 헤어나올 수 없던데요.”

 

 

 

 ▲    ⓒ익산투데이
▲보이드 팩토리 전창열 대표(사진 우측)    ⓒ익산투데이

 

커피로 시작해서 커피로 끝나는 이 남자 전창열(33세) 대표가 바로 보이드 팩토리 주인장이다. 신동 대학로에서는 카페 프리를 운영하고 중앙동에서는 커피 창업컨설팅 교육을 하고 있는 전 대표는 커피 애호가이자 전문가다.

 

사람의 손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핸드드립을 중점으로 커피 창업 교육은 전 대표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노란 봉지에 파는 믹스커피부터 사향고양이 변으로 추출했다는 루왁커피까지. 커피는 물 보다 더 많이 마시는 음료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전 대표는 커피 내리는 데 최선을 다한다.

 

문화공방을 열게 된 계기를 묻자 전 대표는 “커피가 대중화가 돼서 좋기는 하지만 커피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분들은 많지 않더라고요. 카페 프리를 하면서 장사가 되는 듯 했지만 우후죽순 열리는 카페들 틈에서 살아남기도 쉽지 않았고, 진정한 커피의 맛을 즐기는 분을 만나는 것도 어려웠어요.  더구나 익산에서는 핸드드립을 하는 곳이 별로 없었고.”다고 한다.

 

카라멜마키아또, 아메리카노, 카페모카. 카페의 커피 종류는 수도 없이 많지만 핸드드립으로 직접 내린 원두의 진한 맛을 파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커피의 참 매력을 알려주기 위해 전 대표는 중앙동에 문을 열게 된 것이다.

 

보이드 팩토리는 커피 교육을 하는 동시에 공간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의 소통창구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일반 카페의 스터디 공간과는 약간 다른 개념으로 일종의 샵앱샵이라고 할 수 있다.  샵인샵이란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찾을만한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 안에 창업을 하는 개념으로 이미 동일한 고객층을 가지고 있던 점포 내에 창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보 예비창업자가 많은 공을 들여 고객확보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전 대표는 보이드 팩토리를 찾는 시민들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는 예술가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중앙동에 문을 연 입주자가 아니라 중앙동을 살리고 싶은 한 사람의 주민이 된 듯한 전 대표. 입주자에 불과했던 전 대표는 주민협의회의 막내로서 예술의 거리 활성화 사업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처음에 입주 했을 때는 아무래도 낯설어하셨죠. 제가 문 열었다가 금방 이사갈 줄 알고염려를 하셨었어요. 그래서 세 달 동안 주위 점포들과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드렸죠. 그 중간에는 문화재단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줬고. 다른 곳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공동체 의식이랄까요. 같이 어울리고 공동의 목표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더 친해지기 쉬웠던 것 같아요. 중앙동을 살리는 게 보이드 팩토리를 살리는 거라고 믿습니다. 보이드 팩토리 사장이 아니라 중앙동 주민의 일원으로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물론 커피 교육도 열심히 하고.”

 

중앙동 거리 일대에 따끈한 커피의 향을 물들이고 있는 보이드 팩토리. 보이드 팩토리에서 피어나는 예술과 커피의 맛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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